꽃의 사유 28

- 자주달개비

by 전종호

하늘처럼 높은 세계는 몰라요

햇살 비치는 환한 세상도 몰라요

구석진 화단 뒤꼍이나 도랑 옆길

어두운 곳에 부끄러움 꼭꼭 싸매고

이름 난 꽃 무더기 뒤에 숨어서

비 그치면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정화수 한 사발 청량함으로 지요

사람 눈이나 두더지의 발치를 피해

지렁이 숨어드는 한갓지고 촉촉한 땅에

자폐自閉와 고립을 스스로 택하여

비슷비슷한 키의 꽃들이 올망졸망

저들끼리 자수정 눈빛 밝히며 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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