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고 지는 사이 호시절 잠깐이더라
아이가 놀다 간 사이 인생도 순간이더라
세상사 무거운 짐을 지고
턱밑까지 숨 몰아쉬고 있는 그대여
가시 같은 몸의 질병도 멀리 보고
번잡한 마음의 근심도 내려놓시게
사랑이라고 남겨둘 이유가 있을까
한때 좋았던 사랑의 기억도 지우고
아픈 다리 끌고 가볍게 길을 떠나시게
아픈 손가락 없는 사람 하나 없듯이
터 놓고 말할 수 없는 묵은 슬픔 같은 것
하나씩 누구나 맘속에 담고 사는 법
가슴앓이 우울함 달빛에 쓸어 버리고
밤 깊어 어둡고 무서리가 내리기 전에
잘 사는 이 흔적조차 없다 하였으니*
괴로운 일 즐거운 것으로 번역하여
가던 길 마저 평안히 잘 가시게
늦가을밤 구절초 한쌍 손 흔들고 있네
* 善行無轍迹 도덕경 27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