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디흔한 것이어서 발에 밟히다
기꺼이 으깨져 떡이 되고 국이 되어
민초를 먹여 살리던 쑥은 더욱 아니고
꺼부정 쑥대머리 쑥부쟁이는 아니어도
천하다 멸시하는 '개'자字를 머리에 이고
이름이 이렇다고 꽃이야 달라지리야
들길이나 돌 틈에서 삐쭉 얼굴 내밀어
모양이 이렇다고 향기까지 바뀌었으랴
남보다 먼저 팔 벌려 홀로 가을을 맞아
연보라 또는 우윳빛 꽃잎 풀어 제치고
고상한 이름의 구절초는 아니더라도
된서리 내려도 꼿꼿한 본바탕으로
만인의 노랫말 들국화는 아니더라도
까짓 이름쯤이야 어떠랴 무시하면서
들판은 바람 불고 시끄러워도
나 홀로 내 빛깔로 꽃피며 살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