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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호 Jul 23. 2022

꽃의 사유 57

- 개쑥부쟁이

흔하디흔한 것이어서 발에 밟히다

기꺼이 으깨져 떡이 되고 국이 되어

      

민초를 먹여 살리던 쑥은 더욱 아니고

꺼부정 쑥대머리 쑥부쟁이는 아니어도

    

천하다 멸시하는 '개'자字를 머리에 이고

이름이 이렇다고 꽃이야 달라지리야  

   

들길이나 돌 틈에서 삐쭉 얼굴 내밀어

모양이 이렇다고 향기까지 바뀌었으랴

    

남보다 먼저 팔 벌려 홀로 가을을 맞아

연보라 또는 우윳빛 꽃잎 풀어 제치고

    

고상한 이름의 구절초는 아니더라도

된서리 내려도 꼿꼿한 본바탕으로   

  

만인의 노랫말 들국화는 아니더라도

까짓 이름쯤이야 어떠랴 무시하면서  

   

들판은 바람 불고 시끄러워도

나 홀로 내 빛깔로 꽃피며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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