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사유 58

- 지리산 동백꽃

by 전종호

누구를 따라가고 있는 것인가

누구를 따라 울고 있는 것인가

웃을 없고 울 일 많은 세상

세운 뜻을 따라 병든 몸을 끌고

힘겹게 오르던 붉은 황톳길에

얼굴 표정 꾸밀 줄 몰라 처연하게

고단한 핍박 자국처럼 검붉게

한숨 몰아 쉬고 눈물 흘리며

붉은 동백꽃이 무리 지어 피었다

통째로 피었다 통째로 떨어져

떨어져서도 결코 쉽게는

죽을 수 없는 지난한 세월이었다

고난은 도둑처럼 순식간에 오지만

해방은 은총처럼 쉽게 오지 않아

꽃잎 혼자 하나씩은 죽을 수 없어

두 주먹 불끈 쥐고 입을 앙다문 채

졸지에 모가지를 꺾는 삶이었다

함께 살자 뜻의 길을 따라갔다가

심판의 역사에 몸이 꺾인 채

발자국을 고 숨어든 사람들이

집 뒤란에 어린 동백꽃을 심었다

눈부신 봄날이라 눈물 나는

작년에 피지 않은 동백꽃이 피었다

산속에서 죽은 사람들 핏자국 같은

붉은 동백꽃이 뒤꼍 울타리에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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