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따라가고 있는 것인가
누구를 따라 울고 있는 것인가
웃을 일 없고 울 일 많은 세상
세운 뜻을 따라 병든 몸을 끌고
힘겹게 오르던 붉은 황톳길에
얼굴 표정 꾸밀 줄 몰라 처연하게
고단한 핍박 자국처럼 검붉게
한숨 몰아 쉬고 눈물 흘리며
붉은 동백꽃이 무리 지어 피었다
통째로 피었다 통째로 떨어져
떨어져서도 결코 쉽게는
죽을 수 없는 지난한 세월이었다
고난은 도둑처럼 순식간에 오지만
해방은 은총처럼 쉽게 오지 않아
꽃잎 혼자 하나씩은 죽을 수 없어
두 주먹 불끈 쥐고 입을 앙다문 채
졸지에 모가지를 꺾는 삶이었다
함께 살자 뜻의 길을 따라갔다가
심판의 역사에 몸이 꺾인 채
발자국을 끌고 숨어든 사람들이
집 뒤란에 어린 동백꽃을 심었다
눈부신 봄날이라 눈물 나는 때
작년에 피지 않은 동백꽃이 피었다
산속에서 죽은 사람들 핏자국 같은
붉은 동백꽃이 뒤꼍 울타리에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