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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호 Jul 25. 2022

꽃의 사유 59

- 눈꽃

울어 본 적이 있는가

나이 들어 울며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을

깊숙이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맑아 중립적인 눈물 속에서

만주 벌판 휘젓고 달려온

시베리아 칼바람 아래

꿈틀대며 걸어 온 삶의 얼음꽃

눈물의 고갱이를 본 적이 있는가     

겨울 덕유 향적봉 가는 길

죽어 천년을 사는 주목 나무 끝에

활짝 핀 눈꽃을 본 적이 있는가

산등성이에서

긴 세월 등줄기에 맞던 겨울바람

돌아보는 나무의 눈물을,

봄꽃이 생명의 환희이듯

죽어 천년 나무의 기림이 눈꽃인 것을,

해오름 햇살 사이 눈부신 눈꽃

넋 놓고 우러르는 눈들이야말로

애절한 눈물의 기도인 것을,

아는가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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