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까지 불러 잡고 있는 것은
꽃가지가 아니라 푸른 허공이었다
부끄럼 한 점 가릴 것 없는 허공이었다
하늘을 받쳐 들고 있는 대략 열흘
하늘 그물이 아무리 촘촘할지라도
걸릴 것도 잡힐 것도 없는 시간이었다
살아나갈 앞날의 시간이 아니라
운명을 감당할 고통의 자유였다
근육이 풀리고 악력握力이 다하면
하늘을 버리고 땅으로 비상하여
꽃은 다시 절정의 순간이다
하늘을 우러러 피어서 한 번의 만발滿發
땅에 절하며 또 한 번의 낙화落花
온전한 때를 알고 절정絶頂에서
근본根本으로 돌아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