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사유 36

- 도라지, 꽃이여

by 전종호

가물다더니

작물이 모두 타들어 간다더니

저수지가 다 메말랐다고

원망에 아우성에 저주질이더니

이제는 장마라고

태풍 같은 바람이 분다고

순식간에 바뀐 걱정이 태산 같구나

어디가 새고 넘치고

터지고 누가 빠져 죽고

농사를 망치고 물가는 오르고

그래서 혈압이 올라 약을 먹거나

마악 돌아버리려는 한 세상

도라지, 꽃이여 너는 알고 있지

일 년 열두 달 산비탈에서

마르거나 젖거나 버티며 살고 있으니

한때의 가뭄도 장마도 원망도 잠시요

살 떨리는 기쁨도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슬픔도

지나가는 바람이라는 것을

가물어도 뿌리에 수분을 담고

장마에도 뿌리를 썩히지 않는 도라지

꽃이여, 속이 터져

보라색 쓴 물을 뒤집어쓰고도

고상하게 웃고 있는 너는 알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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