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다더니
작물이 모두 타들어 간다더니
저수지가 다 메말랐다고
원망에 아우성에 저주질이더니
이제는 장마라고
태풍 같은 바람이 분다고
순식간에 바뀐 걱정이 태산 같구나
또 어디가 새고 넘치고
터지고 누가 빠져 죽고
농사를 망치고 물가는 오르고
그래서 혈압이 올라 약을 먹거나
마악 돌아버리려는 한 세상
도라지, 꽃이여 너는 알고 있지
일 년 열두 달 산비탈에서
마르거나 젖거나 버티며 살고 있으니
한때의 가뭄도 장마도 원망도 잠시요
살 떨리는 기쁨도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슬픔도
지나가는 바람이라는 것을
가물어도 뿌리에 수분을 담고
장마에도 뿌리를 썩히지 않는 도라지
꽃이여, 속이 터져
보라색 쓴 물을 뒤집어쓰고도
고상하게 웃고 있는 너는 알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