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사유 35

- 살구꽃 고향

by 전종호

고향이라면 살구꽃이렸다

마당가 살구나무 아래 아버지가 서있어야 고향이겠다


봄날이라면 살구꽃이렸다 살구꽃 몽실몽실 뭉게구름처럼 생각나는 사람 있어야 진짜 봄이겠다


살구꽃 보기가 힘들게 되면서 고향도 봄날도 마음속 사람도 사라지고 자꾸만 마음이 헛돈다


꽃잎 한 장씩 떨어져 날릴 때 우리는 끝없이 허전해져서

맥없는 기분으로 들판으로 숨 가쁘게 달려갔지만


살구나무 아래서 단내 나는 숨결을 가라앉히던

봄마다 버짐 피던 얼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부질없는 삶은 살구나무 뒤에 켜켜이 쌓이고

꽃 지는 올봄에도 그리움은 다시 피는데


살구꽃 너머로 저녁노을은 저리도 붉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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