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사유 34

- 접시꽃 편지

by 전종호

해마다 유월이 오면

타오르는 햇빛을 꽃밭에 모아

자주 진홍에분홍 새하양

색깔 잔치 향기 잔치로 한 세상

당신에 물 들며 물들이고 싶다

이곳 이맘때 만한 높이에 서서

땅 위의 키 작은 이웃들과 함께

접시만큼 큰 귀의 안테나를 열어

두근거림에 주파수를 맞춰

메마른 사람들 가슴에 불을 질러

뜨거운 사랑의 파도에 휩쓸리고 싶다

이만큼 나이 들고 살았어도

성장盛粧을 뽐내는 이름난 꽃들과

이룰 바를 다 이루었음에도

이름조차 없이 스러진 풀꽃들 속에서

여전히 치명적인 사랑에

가슴을 앓고 있는 철없는 사람들에게

나도 뜨거운 깃발로 펄럭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