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사유 42

- 질서와 반질서

by 전종호

노랑머리 산수유가 맨 먼저 달려오더니

아 겨울은 참 길었다 기지개를 켜며

수줍은 매화가 화사한 얼굴을 내밀고

개나리꽃 진노랑 파도를 배경으로

꿈결인 듯 구름 떼 벚꽃 피었던 자리 너머

모과꽃 연분홍이 몰래 숨어 피었다

큰키나무 한바탕 잔치가 끝나고 나면

샐쭉한 철쭉 무리가 그다음 차례다

온 산에 진달래 핏빛 울음

이미 피고 진 자리 풀밭에서는

민들레 제비꽃 양지꽃 바람꽃

부를 수 없는 이름의 작은 꽃들까지

알아주는 사람 없어도 저희들끼리

따로 또 함께 피고 지고 다시 피었다

차례를 넘나드는 것은 인간뿐이라

사람들이 무너뜨린 자연의 질서가

꽃이 피는 순서를 흔들어 버렸다

꽃 피는 봄날이 다시 돌아왔어

보지도 듣지도 못한 코로나 때문에

모여 함부로 노래를 부르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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