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머리 산수유가 맨 먼저 달려오더니
아 겨울은 참 길었다 기지개를 켜며
수줍은 매화가 화사한 얼굴을 내밀고
개나리꽃 진노랑 파도를 배경으로
꿈결인 듯 구름 떼 벚꽃 피었던 자리 너머
모과꽃 연분홍이 몰래 숨어 피었다
큰키나무 한바탕 잔치가 끝나고 나면
샐쭉한 철쭉 무리가 그다음 차례다
온 산에 진달래 핏빛 울음
이미 피고 진 자리 풀밭에서는
민들레 제비꽃 양지꽃 바람꽃
부를 수 없는 이름의 작은 꽃들까지
알아주는 사람 없어도 저희들끼리
따로 또 함께 피고 지고 다시 피었다
차례를 넘나드는 것은 인간뿐이라
사람들이 무너뜨린 자연의 질서가
꽃이 피는 순서를 흔들어 버렸다
꽃 피는 봄날이 다시 돌아왔어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코로나 때문에
모여 함부로 노래를 부르지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