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책선이 길게 서서 임진강을 꽁꽁 묶고
자유로가 그 뒤에서 철책선을 포위하고 있다
이어진 철책선 중간중간 총을 들고 선 초병들의
초소는 길과 강의 중간에 홀로 섬으로 떠있다
철책선은 달빛 아래서 강을 넘지 마라 외치지만
자유로는 자동차로 마비를 일으킬 지경인데
저 철책선은 맥없이 누구를 지킨다는 것인가
철책선은 허공을 지키고 있을 뿐 구름도
새도 바람도 허허롭게 경계를 넘나들고
오늘 아침 아프리카에서 택시를 타고
국경을 넘었다는 누구의 편지를 받았는데
우리 땅에 우리끼리 세운 철책선은 다 무엇인가
우리는 언제나 철책선을 걷어치우고 휴전선을 넘어
압록강을 건너 유라시아로 달려갈 수 있을까
한때 자른 철책선을 기념품으로 팔기도 했었건만
철책선 앞에 나무들은 겨울에도 저리 푸르르건만
우리는 언제 저 거짓 신화 같은 철책선을 치우고
교하에서 림한리까지 헤엄을 치거나 배로 건너가
그리운 내 형제들을 만나 실컷 울어볼 수 있을까
* 림한리. 오두산에서 마주 보이는 북한 마을. 한강 임진강
두물이 만난다 하여 우리는 교하, 저쪽은 림한리라 부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