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사유 51

- 맨드라미

by 전종호

소나기 갑자기 퍼붓는 공사장 한곁에

대머리 맨드라미 두엇 피어 있었다

다급히 물 퍼내는 노동자들을 보고도

맨드라미는 따로 할 일이 없었다

불구덩이로 내려가는 노동자들 대신

욕지기하듯 맨드라미는 컥컥 댈 뿐

철근 바닥에 튀는 폭염을 퍼낼 수도

바람이나 눈물 한 방울 보탤 수도 없었다

숨 쉴 수 없는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아련히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열기 너머

부여장 논티장 은산장 홍산장 구룡장

부지런히 떠돌았던 장돌뱅이 어머니가

무겁게 머리에 인 곡식 자루가 보이고

어머니의 귀가를 기다리던 여름날 동구 밖에

청승맞은 맨드라미 하나 환상처럼 서 있다

뜨거운 공사장 옆의 붉은 맨드라미는

현기증과 화염火焰의 분노로 타오르고

어릴 적 기억 속 동구 밖의 맨드라미는

목구멍으로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서러움 묽은 볏으로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