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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호 Jul 18. 2022

꽃의 사유 52

- 달맞이꽃

쏟아지는 햇살에 맞서

나 같은 게 뭐라고 고개 빳빳이 쳐들고

얼굴 세우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요     


오가는 사람들 한마디씩 하고

바람도 이따금 스치고 지나며

꽃밭 한 귀퉁이 쓸고 가는 마당에

꼿꼿이 턱 받히고 있을 이유가 뭐 있겠어요   

 

그래도 그래도 말입니다

보는 사람들 아무도 없을 때

모두가 잠들고

당신 혼자 노랗게 하늘을 비출 때   

  

어여삐 여겨 주는 당신에게

다소곳이 맑은 얼굴 한 번 들고

혼자서라도 웃어 보이면 안 될까요


보는 사람들 아무도 없을 때

당신 얼굴처럼 노랗게 피었다

조용히 숙이는 건 괜찮겠지요     


감히 넘볼 수 없는 당신 앞에서

고개를 뒤로 돌리고

숨죽여 울다 가는 것이야 괜찮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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