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햇살에 맞서
나 같은 게 뭐라고 고개 빳빳이 쳐들고
얼굴 세우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요
오가는 사람들 한마디씩 하고
바람도 이따금 스치고 지나며
꽃밭 한 귀퉁이 쓸고 가는 마당에
꼿꼿이 턱 받히고 있을 이유가 뭐 있겠어요
그래도 그래도 말입니다
보는 사람들 아무도 없을 때
모두가 잠들고
당신 혼자 노랗게 하늘을 비출 때
어여삐 여겨 주는 당신에게
다소곳이 맑은 얼굴 한 번 들고
혼자서라도 웃어 보이면 안 될까요
보는 사람들 아무도 없을 때
당신 얼굴처럼 노랗게 피었다
조용히 숙이는 건 괜찮겠지요
감히 넘볼 수 없는 당신 앞에서
고개를 뒤로 돌리고
숨죽여 울다 가는 것이야 괜찮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