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봄날은 아주 잊기로 했다
점점 길어지는 해를 보고도 빌지 않기로 했다
하늘은 감히 우러러보지 않기로 했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정면으로 맞기로 했다
여름이 뜨거우면 뜨거운 대로 가을에는
톡톡 쏘듯 따가운 햇빛을 견디기로 했다
허파의 헛된 꿈을 버리고 발바닥을 바라보며
오직 태양을 닮은 붉은 얼굴을 세우기로 했다
풀밭에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뜨거워지면
멀리서 빨갛게 타는 가슴을 찾아가기로 했다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 해 질 녘 강가에 서서
강물에 비치는 사람 하나 혼자서 생각해야겠다
얼비치는 강심江心에 흔들리는 까마득한 얼굴
다알리아 꽃잎 띄워 타는 그리움을 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