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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호 Jul 14. 2022

꽃의 사유 49

 - 배롱나무

기가 막혀도 열흘 가는 꽃 없다지

이 꽃 저 꽃 날려 꽃보라

고매하게 살다 우아하게 가노라

능소화마저 다 지고도

우리는 홀로 남아

뜻을 꺾지 않았다

살랑살랑 한 줄기 실바람

장난기 까르르 간지럼에도

수줍은 듯

하늘하늘 흔들리는 까닭은

목숨이 아니라

진분홍 황홀恍惚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하루아침에 청춘은 가고

꿈인 듯 아닌 듯 아닌 것도 아닌 듯

은빛 고운 허리

가는 목선을 받치고

하나 둘 셋 세어 백 날 동안

절집 모퉁이 끝자락 다랑논

벼꽃 내음 은은할 때까지

진분홍빛 갈망을 태우는

그 도도한 치열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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