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혀도 열흘 가는 꽃 없다지
이 꽃 저 꽃 날려 꽃보라
고매하게 살다 우아하게 가노라
능소화마저 다 지고도
우리는 홀로 남아
뜻을 꺾지 않았다
살랑살랑 한 줄기 실바람
장난기 까르르 간지럼에도
수줍은 듯
하늘하늘 흔들리는 까닭은
목숨이 아니라
진분홍 황홀恍惚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하루아침에 청춘은 가고
꿈인 듯 아닌 듯 아닌 것도 아닌 듯
은빛 고운 허리
가는 목선을 받치고
하나 둘 셋 세어 백 날 동안
절집 모퉁이 끝자락 다랑논
벼꽃 내음 은은할 때까지
진분홍빛 갈망을 태우는
그 도도한 치열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