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은 만나는 모든 것을 공부합니다
그리고 낮은 곳으로 흘러 바다가 됩니다
학교 교문에 쇠귀 선생의 글이 붙어 있는
남해군 바닷가 상주중학교 앞에서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봅니다
기꺼이 강물이 되어 낮은 곳으로 흘러가
흘러든 곳이 어디이든지
만나는 것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서
배우고자 하는 아이들과 함께
물길 끝까지 따라가 세상을 적시고 싶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가능하다면
이 학교에 임시 교사 자리 하나 얻어
교실을 열고 바다와 바닷사람에게서 배우고
바람 불어 눈물 나도 바람에게서 배우고
더불어 춤추며 살고 싶습니다
때때로 태풍 불고
너울성 파도가 밀려온다 해도
파도를 넘는 법을 배우고
바람 오고 가는 길을 알아
바람을 타고 나는 법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본디를 벗어나 모두가 도시를 꿈꿀 때
억센 두 팔로 바다를 껴안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에 맞서는
상주중학교 붉은소나무 울타리처럼
마을을 지키는 숲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