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訃告를
아버지는 아들을 앉혀두고 직접 작성했다
공책에 이름을 받아 적어라
치부책에 외상 손님 적듯 하지 말고
이 동네 이 이 사람 저 동네 저 저 사람
알려야 하는 이름을 하나씩 불러주고
더 이상은 쓸데없이 알리지 말라고 했다
갈 때를 알고 이제 간다고 알리는 것
남은 사람들은 알아서 잘 살다 오라는 부탁
이산離散의 고단한 한 생애 원망도 없이
가난의 역마살 굽이굽이 망설임도 없이
가슴속 고단한 정리情理를 흩뿌리는 것
길은 찾는 이에게 길을 가리켜 주고
깔끔하게 맞는 간소한 죽음의 유지遺志를
남겨둔 아비와는 달리 아직도 세상 어디로
갈 바를 알지 못해서 헤매는 자식이지만
제 부고를 보낼 때는 아직 아닌 터
자식 결혼한다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어찌 청첩장을 마구 찍어댈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