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35

- 태풍전망대에서

by 전종호

태풍전망대에는 태풍은커녕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시야는 제로 한 치도 앞이 보이지 않았다

모형도에서 전등만 깜박깜박할 뿐

보이는 것은 지척에 하나도 없었다

모형도의 황강댐은 물을 가득 채우고

하류로는 물을 흘려보내지 않아

강줄기는 점점 가늘어져만 갔고

앙상하게 모래톱이 드러난 강은

더 이상 철새를 키울 수 없었다

그 많던 물고기들도 사라졌다

퇴적층이 쌓이는 임진강은 물이 짜지고

시민들은 강물로 목을 축일 수 없었다

비가 쏟아진 날 찾아간 태풍전망대는

부처님의 좌대도 성모의 입상도 있었지만

구름인지 안개인지 눈물인지 의심인지

아득한 것들로 한 치 앞을 내주지 않았다

새대가리 모양 남북 정부가 벌이는 일처럼

앞인지 뒤인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쉬이 보이는 것만 믿지 말고

길을 찾으라는 소리를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좌판에 시집을 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