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 흥망을 알고자 하는 자는
임진강 중류 고랑포구로 오라
나룻배와 고깃배와 화물선으로
강물은 가득하고 한때
시장과 거리는 장꾼들로 흥청거렸으나
선착장도 객가도 집도 무너져
포구와 거리의 흔적은 하나도 없다
말 없는 적벽 앞에 강물은 유구하나
이어지지 않는 것은 오직 사람 일뿐이니
모든 것은 한방의 전쟁으로 끝났다
전쟁을 불사한다는 가벼운 입이여
말의 참담한 실상을 여기 와서 보라
예전처럼 기러기떼는 강 건너 모래밭에
내리고 오르며 날고 울며
고요한 가을 풍경을 완성해 가는데
예 살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고
강고한 군대가 차지한 너른 땅 옆에
생뚱맞은 카페 몇 개 무심한 풍경이
부질없는 인간사를 가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