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눌노리 38

- '좋은 집을 짓는 사람들'

by 전종호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한 때 이 나라 사회, 경제를 흔들었던 사람이 입에 달고 산 말이며, 우리 젊은이들의 마음을 격동시켰던 책 이름이기도 했다. 그 사람은 죽었고, 망했고,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기도 했지만, 우물 안의 청년들의 시각을 세계로 돌리게 한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갑자기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왜 튀어나왔을까? 세상은 넓고 모르는 것은 너무 많다는 말을 하려던 것이 이렇게 되었다. 세상은 좁고 내가 알만큼은 알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학교를 나오고 보니, 아는 것은 적고 세상이 너무 넓어 보였다. 특히 마을을 만들고 집을 짓는 현장(site)에서 보니 광장에서 외치던 일반적인 것들(generals)은 너무 추상적이었다. 말들은 농사나 삽질이 될 수 없고 수사辭는 땅 한 평을 파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집을 짓는 방법과 과정도 마찬가지다. 집을 짓는 방식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집 짓는 데 사용되는 자재의 세계가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전문가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한 분야에서 모두 전문가이지만, 자기 분야가 아닌 다른 부문에서는 모두가 바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엊그제 주강현 선생의 페북에서 <술 권하는 사회>를 빗대 <박사 권하는 시대>라는 조롱의 글을 읽었는데 어쩌면 박사는 바보의 다른 이름이기도 한 것 같다. 박사의 넓을 '박'자가 넓은 분야에서의 앎의 깊이를 말하는 것이(그렇다고 '박사'가 해박하다는 것은 아님) 아니라 좁은 분야에서의 해박한 지식을 뜻하는 것이라면 맞는 말일 것 같기도 한다.


말이 이리 장황해졌지만, 집을 지으면서 요즈음 내가 느끼는 딱 그 심정이다. 잘난 체하고 살았지만, 실제로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절망감이랄까? 이런 절망감은 새로운 학습의 기회가 된다. 이 새로운 학습의 기회에서 빌더들의 협동조합을 찾아냈고, 내가 계약한 협동조합에 '좋은 집을 짓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협동조합은 집을 짓는데 꼭 필요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공인중개사. 건축사, 토목설계사, 목수, 조경 건축사, 인테리어 조경사, 법무사, 세무사들이 결합되어 집 짓기의 one-stop -shopping이 가능한 것이다. 블로그에 소개된 멤버들의 삶의 이력이다. 집 짓는 기술자들이지만 지역에서 무언가른 하고 사는 사람들이다. 블로그에 소개된 멤버들의 삶의 이력이다. 집 짓는 기술자들이지만 지역에서 무언가른 하고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살아온 각각의 삶이 새로 짓는 집 속에 반영되리라 믿는다.


000 건축사

목조주택 전문 건축사로 자신이 건축한 목조주택에서 거주. 지역 건축사회 회장


000 법무사

법원공무원 출신으로 00 지역 경실련 집행 위원장, 성악가


000 조경 건축사

조경과 건축 전공으로 생협 한살림에 빵을 공급하는 빵 공장 사장이기도 함


000 목수

국문과 출신으로 전직 국어교사. 자신이 지은 목조주택에서 대식구와 함께 살고 있음


000 목수

영어 독해가 가능하여 경량 목조주택의 발생지인 미국 캐나다의 사례를 직접 읽고 연구함


000 목수

지역의 시민단체 '00 숲 사람들' 대표


000 인테리어 조경

주부의 시선에서 인테리어와 조경을 보고 연구하고 실천


000 세무사

00 지역 거주의 세무사로 대지의 획득, 건물 관련 세금 업무 담당


000 공인중개사

'정직함'을 주 특기로 하는 중개사


이들의 특징은 자기들이 지은 집들의 전 과정을 블로그에 올려놓고 있다는 것이다. 집을 짓는 사람은 이 블로그에서 자기 집의 규모와 방식에 따라 먼저 지은 집들의 과정을 비교하면서 물품, 가격 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들과 전체 공정을 함께 할 수도 있고 파트 별로 할 수 있다. 우리는 설계는 다른 건축사와 하고 목수 팀과 건축 시공만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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