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눌노리 44

- 월리를 찾아라

by 전종호

2차 미팅을 마치고 보름 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아내는 일기를 쓰면서 ‘말로 짓는 설계’를 만들어 건축사에게 보냈고, 함소장은 우리가 가져갈 가구들의 사이즈와 사진을 요구했다. 서로 문자로 충분히 소통해 나가며 3차 미팅이 잡혔다.


말은 사랑이 될 수 없듯이 말은 집이 되지 못한다. 말에 행동이 붙어야 사랑이 되고 그림으로 변환되어야 말은 집이 된다. 우리가 말로 지은 집은 건축사의 도면이 되어 3차 미팅의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첫 도면이다. 우리는 도면을 받아 들고 놀라움과 고민에 빠졌다. 작은 공간에 아내가 요구한 모든 것을 빠뜨리지 않고 채워 놓은 도면의 솜씨에 놀랐고, 하나는 우리의 요구가 꽉 들어찬 공간을 보며 이게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우리의 계획에 맞는 것인가?’하는 고민에 빠졌다. 아직도 버려야 할 것이 많이 남아 있구나. 한정된 대지 위에 공간을 배치해 놓은 설계도면은 그동안 상상과 말의 구름 위에서 놀다가 땅에 내려선 하나의 지점이었다.


‘월리를 찾아라’. 숨어 있지는 않지만 어딘가에 분명 존재하는 월리를 찾는 놀이 책이 떠올랐다. 수많은 집들이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세상에 있지만 내가 찾아야 하는 집, 공간이 분명 존재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누굴 찾는지 알아도 찾기 힘든데, 찾는 모습을 모르면 어떻게 찾을 수 있겠는가?


결국 우리들의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한 공간을 구성하는 것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 미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함소장의 도면과 마을의 바람길을 설명하는 오소장의 마을 전체 구도를 반복해서 생각해 보았다. 받은 도면을 들여다 보고 건축의 상상을 반복하는 것이 아내의 매일매일의 일과가 되었다. 현재 사는 집의 공간을 줄자로 수십 번 재면서 공간 감각을 가지려고 애쓴다. 건축의 1도 몰랐던 아내는 종이 위에 공간을 나누어 보기도 하고, 그리고 지우기를 여러 차례 하더니 급기야 자를 이용해서 어느새 도면 비슷한 것을 그리고 있었다. 매일매일 여러 번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다 보니 필요한 공간의 작은 차이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어렴풋하게나마 찾아야 하는 월리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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