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40
- 파평산 신천군 망향의 동산에서
산에 올라 강 건너 하늘을 멀리 바라보았을 것이다
저 산 너머 두고 온 고향 마을을 생각했을 것이다
이미 죽은 부모들은 아직도 저 너머에서
돌아올 자식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젊은 어미들은 동란에 손을 놓친 새끼들을
가슴에 묻은 설움으로 늙어 비틀려 꼬부라지고
그렇게 꺼멓게 탄 속으로 살았을 것이다
외세끼리 맞붙어 죽고 죽인 무정한 세월에
시뻘겋게 부어 터진 간덩이를 부여 안고
버선발로 뛰어나올 그 버선이 벗겨진 채
묶지 못한 허이연 머리카락으로 죽었을 것이다
살아 저 강을 넘을 수 없어 그리움이 속병이 되고
고개 들어 북녘을 바로 볼 수 없었던 자식들 또한
멍울진 그리움에 눈물이 한이 되고 병이 들어
한 치라도 고향 가까운 이 파평산 기슭에 누워
죽어서라도 고향 냄새 맡을 수 있을까 하여
망향의 동산에서 어깨동무 무리 지어 까치발하고
내 산천 내 청춘은 어디로 흘러 흘러갔는가
간절하게 외치는 죽음의 소리가 잔인하여
어제도 오늘도 임진강은 황해도를 못 본 체 흐르고
키 큰 참나무도 숨 죽이고 잎을 떨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