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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호 Oct 30. 2022

임진강 41

 - 해마루촌 농부의 편지

한여름에는 그늘에서도 농부의 등에서 콩이 튄

엉거주춤 서서 들깨를 베고 녹두를 따고 콩을 꺾다

잠시 허리를 펴고 쪼그리고 앉으면 들려오는 소리 

강 건너 불어오는 바람소리 으로 새의 날갯짓

나뭇잎 조용히 흔들리는 사이 돌콩 터지는 소리

원시 농경의 소리는 고요 속에서 거듭 솟아나지만


갑자기 총소리가 이빨을 드러내면 고요는 끝이

총은 적이 아니라 원시의 정적을 조준 사격하고

총소리는 격발을 넘어 모든 소리를 증발시킨다

소리 따위 없는 거야 소리를 모두 집어삼키고

만 고집하는 총소리가 머리를 흔들어대

 구멍을 통해 들어온 불안이  뒤집어 


총소리는 몸에 새겨진 고요화석을 몰아내

분노와 광기의 시대건너오라 손 까부른다

콩을 털다 졸고 있는 늙은 농부의 머리 위에서

한가한 햇살 잠깐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에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살육은 평화의 손을 내밀고

고요와 전쟁의 소란이 동거하 통선 해마루촌에는 

시원의 바람을 꿈꾸는 사람이 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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