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살지 마라 뜻대로 살면 손해라느니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심지心志를 꺾고
대충대충 잔머리에 눈치 보고 살지 마라
가슴에 와닿지 않은 것을 머리로 쓰지 마라
쓰는 일은 사는 일이니 피상에 머물지 말고
쓰잘데없이 함부로 말장난을 일삼지 마라
헛된 이름과 진정 없는 박수에 목매지 말고
칼을 갈듯 칼 끝을 목표에 날카롭게 겨누듯
칼날을 벼리는 무뚝뚝한 숫돌의 견딤처럼
말과 뜻의 핵심을 골라 시의 심장을 도려내라
언제 도질지 모르는 병을 위해 매일 약을 먹는
병든 이들의 마지막 아침의 기도를 상상하라
반짝이고 빛나는 것이 번득인다 하더라도
몸소 체로 쳐 체득하지 않은 것은 모두 가짜다
여리게 날숨을 뱉고 들숨을 깊숙이 받들어야
밟혀도 살아나는 징한 목숨이 되는 것처럼
흔들리며 꼿꼿한 양심을 단련하는 시인이라면
번뇌 고갱이를 고르고 걸러 단 한 편의 시를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