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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호 Mar 02. 2023

옛집 조여사

옛집 밥장사 여사의 별명은 메뚜기다

손이 안 보일 정도로 메뚜기를 훑어대서

붙은 이름이라메뚜기 잡기도 다 옛날

일이어서 메뚜기를 잡아 볶는 일은

이제 별로 없지만 지금도 나물 볶고

만두 빚는 일은 옛날 메뚜기 잡듯 손이  빠르다


빠르기뿐이랴 손도 매워서 그 손에 잡힌 것들은

시큼 달콤 달고 짜고 순하고 착한 맛이 되어서 

시골집 치고 점심때마다 손님이 밀려드는데

건축현장 우악스레 허기진 일꾼들이 을 경배하고

가까이 동회 농협 여직원들 반찬을 살가워하

멀리 금촌에서  까다로운 택시기사들이 온다


손님이 뜸하면 쉬지 않고 집 앞에서 냉이도 캐고  

파평산에 올라가 여러 가지 나물도 쥐어뜯어와 

또 다 별명 도깨비의 삶을 바로바로 현하는데

아무리 도깨비 같이 살뜰바지런한 김여사도

몇 달 밥값을 통째로 몰래 떼먹고 바람처럼 도망치

한 수 위 밥도둑놈들에게는 속수무책인갑


세상에서 제일 치사한 놈들이 밥도둑놈이라고

게거품 무는 그의 입에서 폴폴 단내가 나지만

서러운 겨울날 집을 나와 배곯는 사람들이 있어

칠천 원짜리 백반을 황제의 밥상으로 차려내는

그의 밥집 옛집에는 바보 하나 웃으며 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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