댑싸리비가 붓질 한 눈길에
석삼일 거푸 더 눈이 내려도
머리에 눈을 인 무거운 숲은
시나브로 꽃길을 열 것이다
숨죽이던 매화가 힘써 피고
벚꽃 찬란으로 나비가 날면
날아오른 새들의 허공으로
남쪽 먼바다를 돌고 돌아온
젖은 바람이 길을 낼 것이다
거칠 것 없던 태풍도 한때라
곧 아름다운 산천 여기저기
단풍 터널길을 뚫을 것이나
난데없이 울긋불긋 꽃상여
울고 불며 따르는 설운 발길이
저승길을 환하게 비출 것이다
길은 살그머니 얼굴을 감추고
뒷산으로 꼬리를 감출 터이니
애써 기쁘거나 슬퍼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