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종호 Mar 06. 2023

술잔에 뜨는 달

 

태안에서도 한갓진 파도리 지나 모항 

거친 모래바람에 몰아치는 파도뿐이어서 

뜨거운 가슴을 맞대지 않고는 잠들  없다


으르렁 크엉 바다가 사납게 우는 겨울

파도를 노래 삼아서는 수 없는 흰머리

나그들이 둘러앉아 실없이 뱃살을 보인 채


지나간 시간 속에 빛나 사람 하나씩 불러내

행여 좋은 일 하나 있을지 모르지 기대하며

가난입김을 불며 추운 소주를 털어 넣는다


식은 젓국 찬 소주가 뱃속에서 불길 댕기면

목을 길게 빼어 하늘 어두운 바라보아도

구름  망막함과 목마름은 가시지 않지만


바다 고깃배에서 흐린 불빛 한두  흘러

살아온 길 굽이굽이 되씹 올망졸망 늙은이

술잔에 다시 달이 뜨길 빌며 종종거리 










매거진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