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에서도 한갓진 파도리 지나 모항은
거친 모래바람에 몰아치는 파도뿐이어서
뜨거운 가슴을 맞대지 않고는 잠들 수 없다
으르렁 크엉컹 바다가 사납게 우는 겨울밤
파도를 노래 삼아서는 잠잘 수 없는 흰머리
나그네들이 둘러앉아 실없이 뱃살을 보인 채
지나간 시간 속에 빛나던 사람 하나씩 불러내
행여나 좋은 일 하나 있을지 모르지 기대하며
가난한 입김을 불며 추운 소주를 털어 넣는다
식은 젓국 찬 소주가 뱃속에서 불길을 댕기면
목을 길게 빼어 하늘 어두운 달을 바라보아도
구름 속 저 망막함과 목마름은 가시지 않지만
먼바다 고깃배에서 흐린 불빛 한두 점 흘러와
살아온 길 굽이굽이 되씹는 올망졸망 늙은이들
술잔에 다시 달이 뜨길 빌며 종종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