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아침 일찍 치운 길을 걸어오면서
길을 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할 일이야 따져도 보았으리라
탐스런 눈발을 밀어내며 아쉬움도 있었으리라
투명한 은빛에 쓸쓸한 마음을 들여다보았으리라
바지런한 사람들의 수고로 눈길에 길이 열리듯
어설픈 말들로 눈길을 쓸어낸 사람들이 있고
뒤따라 섬세한 개념으로 길을 닦은 사람이 있고
그 위에 눈부시게 치열한 언어의 다발로
불을 질러 세계를 세운 시인들이 있어
우리는 숭고한 영혼의 길을 걷는 것이다
아침 일찍 눈뜬 사람들의 겁 없는 각성으로
아름다움은 비로소 길을 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