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초등학교로 이름을 바꿔 걸지 않은
명월 국민학교 교문 앞 찔레꽃 노래비 앞
적어도 백 살이 넘은 나무들만 골라
백 번이 넘는 번호를 붙인 팽나무 숲 속에
죽은 가수 백난아와 동갑인 할머니가
96년 세월을 정정한 지팡이에 걸어놓고
분주한 일들을 이제 막 손에서 내려놓고
자리에서 물러난 육십 넘은 풋내기에게
수백 년 살고도 팔팔한 나무의 기세에 대하여
나이 먹는 것도 각각인 사람의 용심에 대하여
유장한 경험담 한 말씀하시고 있네
발음 하나 꼬이지 않는 할머니의 지팡이도
초록잎 몇 장 붙으면 다시 살아날 것 같은
웬만한 것들은 백 살인 장수마을 명월리에서는
바람에 등 굽은 팽나무 서로 안은 숲 속에서
삶은 여전히 진한 초록으로 영업 중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