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포구에서
바다는 고요하였다
물은 맑아 투명하였고
쪽색 물빛은 숨을 죽이게 했다
바람은 불지 않았고
더불어 세상은 평화로웠다
낡은 고깃배 몇 척이 아침에 묶여
잔파도에 흔들릴 뿐
끝으로 밀려난 하늘은
먼 바다에 가서야 바다와 한 몸이 되었다
한낮의 바다는 치열하였다
포구는 삶과 죽음의 길목이 되어
아비는 헛된 꿈을 꾸지 않았다
새끼들의 밥과 공부가 된다면
기꺼이 바다에 나가
살아오거나 죽어서 돌아왔다
더러는 죽어서도 돌아오지 못했거나
들고 나는 파도 너울 너울에
한숨과 눈물을 묻어 두었다
꽃을 사랑한다고
꽃 피고 지는 소리까지 들었으랴만
난바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는
바람과 파도의 숨결까지 들어야 했다
멀리 고깃배 집어등集魚燈의 불빛이 흔들린다
비로소 오늘 밤 바다의 어화漁火가 핀 것이다
바닷가 곰솔 숲에 숨어
아내는 집 나간 사내를 위해 울고
포구는 억새물결 따라 밤새 뒤척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