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편 8

오름

by 전종호

오름이라 하여 반드시 오를 이유는 없다

때때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빈 가슴은 다시 출렁이고

먹먹한 심정으로 기다릴 수 있다

산 자는 살기 위해 오르고

죽은 자는 오름 아래 묻혀 태연히

기막힌 풍경 뒤에 모진 사연을 숨기고

삶과 죽음이 가끔 마주치는 길목에서

해가 뜨고 질 때까지

여기에서 저 들판 끝까지

기다림이 깊어 그리움이 될 때까지

멀어지며 잔잔해지는 오름과 오름 사이

옹기종기 엎드려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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