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오름이라 하여 반드시 오를 이유는 없다
때때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빈 가슴은 다시 출렁이고
먹먹한 심정으로 기다릴 수 있다
산 자는 살기 위해 오르고
죽은 자는 오름 아래 묻혀 태연히
기막힌 풍경 뒤에 모진 사연을 숨기고
삶과 죽음이 가끔 마주치는 길목에서
해가 뜨고 질 때까지
여기에서 저 들판 끝까지
기다림이 깊어 그리움이 될 때까지
멀어지며 잔잔해지는 오름과 오름 사이
옹기종기 엎드려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