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지봉에 가면 오름에 오르지 마라
여기는 죽은 자들의 땅이니
아랫자락 또는 산허리쯤
수천수만의 무덤 천지를 홀로 거닐며
어떻게 죽어서 여기에 누워 있는지
산담에 갇힌 당신에게 일일이 물으라
삶은 오르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등 붙이고 함께 눕는 일임을
먼저 산 자들이 알려줄 것이다
그럼에도 정말로 죽음이 궁금한 자는
여기 와서 다시
역사를 기억하는 억새에게 물으라
제 한 몸 던져 온전히 부서져야만
모진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불굴不屈과
다랑쉬 오름 너머 저 넓은 성산포 바다
포효와 격동에 다다를 수 있음을
흔들리며 비로소 보여줄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