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높이 서지 않아도
들판이 낮으면 목을 뺄 필요가 없고
보이지 않는 걸 알려고
멀리 까치발 할 일은 더욱 없다
내려다보아 깎아 볼 일이 없고
우러르며 마음을 굽힐 일도 없다
낮아도 이만큼의 높이
멀어도 이 정도의 거리에 서서
원시의 수풀을 양쪽에 거느리고
말 몇 마리 품 안에 풀어 키우고 있으니
이만하면 한 생이 넉넉지 않은가
함부로 머리를 숙이지 않고
결코 마음을 상하지 않으며
간절하게 오래 바라볼 수 있다면
잘난 놈 못난 놈 함께 엎드려 사는
오름 밭에서
이 자리 하나면 한 생애가 충분치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