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편 10

문도지 오름

by 전종호

굳이 높이 서지 않아도

들판이 낮으면 목을 뺄 필요가 없고

보이지 않는 걸 알려고

멀리 까치발 할 일은 더욱 없다

내려다보아 깎아 볼 일이 없고

우러르며 마음을 굽힐 일도 없다

낮아도 이만큼의 높이

멀어도 이 정도의 거리에 서서

원시의 수풀을 양쪽에 거느리고

말 몇 마리 품 안에 풀어 키우고 있으니

이만하면 한 생이 넉넉지 않은가

함부로 머리를 숙이지 않고

결코 마음을 상하지 않으며

간절하게 오래 바라볼 수 있다면

잘난 놈 못난 놈 함께 엎드려 사는

오름 밭에서

이 자리 하나면 한 생애가 충분치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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