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편 11

바람이 어느 날

by 전종호

바람이 어느 날 나에게 말했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묻지 말고

지금 서 있는 자리가 어딘지 살펴보라고

불어오는 바람을 움켜쥐고

나뭇가지가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

햇살은 어떻게 잎사귀를 어루만지는지

살랑대는 잎들이 어떤 톤으로 속삭이는지

서로 살 비비며 술렁거리는 말이 무언지

들어보라고 바람이 말하였다네

가진 것이 무엇이고

가지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지 말고

그게 당장 긴요한 건지

쓰잘데없는 일 무겁게 지고

한평생 헛걸음질 치고 산 건 아닌지

숲 속 태평한 새들에게 물어보라고

다시 바람이 불어 부탁하고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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