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어느 날 나에게 말했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묻지 말고
지금 서 있는 자리가 어딘지 살펴보라고
불어오는 바람을 움켜쥐고
나뭇가지가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
햇살은 어떻게 잎사귀를 어루만지는지
살랑대는 잎들이 어떤 톤으로 속삭이는지
서로 살 비비며 술렁거리는 말이 무언지
들어보라고 바람이 말하였다네
가진 것이 무엇이고
가지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지 말고
그게 당장 긴요한 건지
쓰잘데없는 일 무겁게 지고
한평생 헛걸음질 치고 산 건 아닌지
숲 속 태평한 새들에게 물어보라고
다시 바람이 불어 부탁하고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