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 시편 1

울릉도

by 전종호

독도를 어미 삼아

일망무제一望無際

바다에 울창한 숲섬 하나 떠 있다


더러는 세상에 쫓겨 숨어들고

더러는 세상을 버리고

무릉武陵을 찾아 나선 자들이 섞여

중앙의 쇄환刷還과 수토搜討를 딛고

함께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변방의 섬


더 이상 목숨을 부지할 수 없어

육지를 버리고 해류를 따라 흘러와

엄동의 시절 나리꽃 풀뿌리를 씹으며

살림과 지경을 넓혀

나라의 동쪽 경계가 되었다

살아남는 일이 겁났으리라

억센 땅과 풍파와 간고艱苦로 고단했으리라

권력과 외세에 맞서 자식을 지켜 내는 일은

무엇보다도 무겁고 무거운 일이었으리라


송곳 하나 꽂기 어려운 한 뼘 땅에서

한때 난민이었던 사람들이

이주민을 보듬고

이름 같은 꽃이 섬에 와

다른 꽃이 되었듯이

한바다 혹독한 바람을 눕히며

땅의 지문을 바꾸고


동백꽃 후박나무 어울려

가지가지 새들을 불러

마침내 사람과 함께 노래하는

울릉 천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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