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없이 어찌 열매가 열렸으랴만
모과에 꽃이 피는 줄은 정말 몰랐다
오월마다 연분홍으로 피었다 지며
저 스스로 몸을 숨기지 않았음에도
지금까지 꽃을 보지 못한 것은
오로지 보고 싶은 것만 보았거나
있는 것을 없는 것처럼 생각했거나
외모나 쓸모에 대한 편견이었겠지만
당연할 수 없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얄팍한 생각의 습관 탓이 컸으리라
등 굽은 어머니의 투박한 손을 보면서
젊은 시절 희디흰 손등의 간절했던
새악시 청초한 꿈은 보지 못했고
자잘한 주름살 늙고 퀭한 눈을 보면서
눈물에 잠긴 세월을 읽지 못한 것은
모과꽃을 보지 못한 것과 같은 까닭이니
5월의 어느 날 우연한 모과나무는
우둔한 자여 열매만 말고 꽃을 보라며
이파리 뒤에 숨어 열매를 익히는
꽃과 햇빛의 협업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