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사유 8

- 야생화

by 전종호

산에 들에 산다고 쉽게 야생화라 하지 마라

본성을 따라 피고 웃고 지거늘

산에 들에 산다고 본데없다 하지 말고

수많은 생명을 퉁쳐 야생화라고 부르지 마라


우리도 각각 얼굴이 있고 색깔이 있어

이도 저도 아닌 복수 명사가 아니라

각자 고유명사임을 잊지 말아라

구절초면 구절초라 하고

얼레지면 얼레지라 하며

이름이 없다면 이름을 지어 부르고


산에 들에서 여럿이 모여 함께 산다고

함부로 묶어서 부르지 말고

각각의 꽃잎 색깔과 모양

무리 지어 어우러진 황홀한 색의 향연을 보라


꽃이 본래 길러지기 위한 것이 아니니

기르는 꽃들을 기준으로

사람의 호사대로 말하지 마라

우리도 각자 독특한 향기가 있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기호가 있거늘

마을 밖에 산다고 통칭으로 부르지 말고

집에서 기르는 꽃처럼 이름으로 불러다오

사람의 정성 손때 묻지 않고

땅바닥에 지천으로 피어

사람의 발바닥에 밟힌다 하여

하찮고 더러운 것이 아니니

들풀을 잡초라 부르지 않듯

야생화는 부당한 이름이라

우리 이름을 따로 하나씩 불러

홀로 함께 웃는 꽃들의 분명한 얼굴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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