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논다 감자에 싹이 나서
잎사귀에 감자 가위바위보 하나 빼기)
싹이 났다고 다 꽃이 피는 건 아니더라
간신히 줄기를 세우고 꽃을 만발滿發해도
모두 열매를 맺는 건 더욱 아니더라
꽃 핀 자리에 햇살 같은 탄성歎聲이 터지지만
예쁜 꽃이 없다고 꽃나무가 아니랴
하루아침 비바람에 애써 키운 꽃을 다 잃고
허망하게 서 있는 저 나무는 그러면 무엇이랴
죽은 꽃을 기리는 노래는 없어도 모든 꽃들에게
그대의 한 생애 고결했다 말해야 한다
꽃도 나무도 사람도
마지막이 아니라 순간마다 완성되는 법
잎은 잎대로 꽃은 꽃대로
연두와 초록과 단풍은 또 그 빛깔대로
각각 충만하고 온전하게 살아 낸 것이니
농염한 꽃이 풍상風霜에 졌다고 슬퍼하지 마라
모든 것이
한순간 힘껏 피었다 사라지는 현기眩氣이니라
(동요가 아니라 살아 보니 알겠더라 감자에
다 싹이 나는 것도 아니고 잎사귀 무성하다고
밑이 잘 드는 것도 아니더라 가위바위보에서
모두 지거나 모두 이기는 이는 아무도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