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사유 8

겨우살이

by 전종호

떠나거나 죽거나 다시 살기 위해

모두가 몸을 비우는 시간

헐벗은 참나무에 기대어

겨우 살아가는 겨우살이가

현상이 모두 진여眞如는 아니며

삶에는 항상 예외가 있다는 것을

한겨울에 잎을 내고 열매를 키워

살아서 보잘것없는 씨앗으로

허기진 겨울새를 먹이고

죽어서 몹쓸 병 약제로 거듭나


아픈 사람을 고치고 살려서

마른 나무에 푸르름이 있고

굳은 열매 안에 생명이 배여

삶은 비로소 역설이라는 것을

홀로 몸소 가르치며

다시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곷의 사유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