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사유 8
겨우살이
by
전종호
Jan 13. 2022
떠나거나 죽거나 다시 살기 위해
모두가 몸을 비우는 시간
헐벗은 참나무에 기대어
겨우 살아가는 겨우살이가
현상이 모두 진여眞如는 아니며
삶에는 항상 예외가 있다는 것을
한겨울에 잎을 내고 열매를 키워
살아서 보잘것없는 씨앗으로
허기진 겨울새를 먹이고
죽어서 몹쓸 병 약제로 거듭나
아픈 사람을 고치고 살려서
마른 나무에 푸르름이 있고
굳은 열매 안에 생명이 배여
삶은 비로소 역설이라는 것을
홀로 몸소 가르치며
다시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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