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쉬지 못하는 나의 뿌리

쉬면 쓸모없어질까 봐, 나는 멈추지 못했다.

by 하늘빛

진실된 나로 다가가는 내면 여행 D+32


질문

감정이 가라앉거나 에너지가 낮을 때, 나는 그 상태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선택을 하고 있나요?



요즘 내 몸은 마치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다.

통증이 몸에 머무르자 무기력함이 따라왔고,

그 위에 우울감과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고통이 계속될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진다.

갑자기 내가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 상태를 오로지 부정적으로만 해석했다.

나아가야 한다며, 치앙마이에서 뉴욕으로 돌아갈 준비는 하지 않고 지금 뭐 하고 있냐며 나 자신을 다그치기만 했다.


명상 이후, 나가 나 자신을 마음으로 후드려 패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또 습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몸이 온몸으로 신호를 줬다. 낮잠을 자고 꿈을 꾸는데 메시지가 꿈을 통해 자기 의심과 자기 불신에 대한 이슈를 계속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들이 몸에 쌓여 있다가 태국서 받은 그룹 힐링 명상을 받은 후 쏟아져 나왔다. 몸이 무의식을 정화하느라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가능성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말이다.


다행히도 곁에 있는 친구들과 선생님의 말씀 덕분에

지금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허용해야 함을 배우는 중이다.


부정하지 않고, 해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허용하는 연습이 내게 지금 가장 필요하다.


그리고 마음공부를 하고 있다고 하는 나의 오만함도 보았다. 개인 세션이 나에게 과연 필요한가에 대한 답에서 나는 문제를 알아차리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행동 없는 알아차림이 치명적임을 이번에 처절하게 익히고 있다.


마치 그 오만함에 대해 깨우치라는 듯

이 상태에 가부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 작용해

꼼짝없이 멈춰 서 있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 느낌은 참 묘하면서도 낯설다.


그래서 지금은

몸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로 했다.


사실 치앙마이에 온 이유도

뉴욕에서 삶이 온몸으로

이제 좀 쉬라고 외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와서 조차

열심히 살고 있었다.


무언가를 계속해야 안심이 되고,

잠시 멈춰 포징(pausing) 취해야 할 시기라는 걸 알아차렸음에도 다시 애쓰는 모드로 돌아가는 나를 발견할 때면 참 안쓰럽다.


나는 정말

쉬는 법을 모른다.


쉬면 곧바로

쓸모없는 사람이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올라온다.


이 두려움은

나 개인의 것이 아니라

조부모님과 부모님을 거쳐 내려온

근원의 두려움, 대물림처럼 느껴진다.


증조할아버지는

고생하며 열심히 일해 모든 것을 일궜고,

할아버지는 그 유산 위에서

평생 놀며 살았으며

자식들을 방치하다시피 했다.


그 모습에 대한 혐오가

아버지 안에 깊이 남았고,

그 혐오는 아버지를 평생 쉬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은연중에 그 신념을 물려받았다.


쉬는 것 = 놈팽이(?)

쉬는 것 = 비난과 질타를 받는 존재, 할아버지

쉬는 것 = 쓸모없는 존재


여기서 나의 무의식 패턴 한 줄은 다음과 같다.

“나는 존재 자체로 충분하지 않고,

항상 무언가를 해내야만 가치 있는 사람이다. “


그래서 나는

아파도, 지쳐도, 멈춰도

계속 나 자신을 몰아붙여 왔다.

나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이 카드를 오래 써왔다.


지금 내가 겪는 이 통증은

단순한 신체 증상이 아니라

오래된 신념이 풀리며

몸이 잠시 멈춰서 정화하는 신호라고

명상 선생님과 도반들이 말해주었다.


여기서 잠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조용히 몸의 감각을 함께 느껴보면 좋겠다.


지금 어디가 가장 긴장되어 있는지,

어디를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는지.

어깨일 수도 있고,

가슴일 수도 있고,

아무 이유 없이 숨이 얕아진 느낌일 수도 있다.


나의 경우 굳어있는 어깨와 구부정한 등,

답답한 가슴, 통증으로 호흡이 불안정하다.


그 감각을 고치려고 하지 말고,

설명하려고도 하지 말고,

그저 이렇게 마음속으로 말한다.


괜찮아.

멈춰도 괜찮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는 여기에 오롯이 존재하고 있어.


숨을 한 번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쉴 때 나를 몰아붙이던 말들을

날숨에 내려놓는다.


몸은 언제나

우리를 망치기 위해

멈추게 하지 않는다.

살아남기 위해,

회복하기 위해,

다시 흐르기 위해

멈추게 한다.


오늘의 선택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잠시 머무는 것.


다그치는 대신 허용하는 것.

의심하는 대신 쉬어주는 것.


그리고

쉬어도 사라지지 않는 나의 가치를

몸으로 다시 배우는 중이다.


에너지가 낮을 때 나는

그 상태를 실패나 나태함으로 해석해 왔지만,

지금 오래된 신념을 풀며

몸이 회복을 선택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고

나를 밀어붙이기보다

멈춤과 휴식을 선택하고 있다.


때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생산적인 일은 쉬는 것이다. (Sometimes the most productive thing you can do is rest.) — Mark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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