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감추기 위해 내가 했던 일들

내 마음이 보낸 호출 신호들

by 하늘빛

진실된 나로 다가가는 내면여행 D+54


질문

내면의 깊은 아픔을 감추기 위해 나는 어떤 행동들을 취해왔을까?


내면에 아픔이 있을 때 우리는 종종 그것을 똑바로 보지 못한 채
다른 것으로 덮으려 한다. 그 당시의 나는 그것이 현실 도피인지,

중독인지, 아픔의 신호인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살았다.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대학병원 암 병동에 취업했을 때,
나는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간호사 태움 문화, 끝없이 이어지는 긴장,

하루가 멀다 하고 마주하는 죽음의 현장,
몸과 마음이 동시에 무너져 내리던 시간.

지금 돌아보면 성인이 된 이후 가장 암흑기였다.

정신은 완전히 피폐했고 불안과 슬픔은 나를 계속 따라다녔다.


그 시절 신규고 연차가 낮으니 이브닝 근무를 주로 했다.

오후에 가서 밤에 태근하는 이브닝 근무가 끝나면

나는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힘들었던 장면과 감정에 압도되어서

불면을 겪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힘든 마음을 술로 달랜 날이 많았다.

그 당시 소주 4병까지 마신 기억도 있다.

어떤 날은 술에 너무 취해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

그렇게 왼쪽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
한동안 제대로 걷지도, 서지도 못했다.

지금도 그 후유증이 남아 많이 걸으면 왼쪽 발목이 아파오곤 한다.


그 시간을 버텨내고 지금 여기까지 살아온 나에게

나는 진심으로 고맙고, 인간이 지닌 이러한 생명력과

강인함에 경외심마저 느낀다. 그만큼 어두운 터널을

내달리고 있었던 지난날들이었기에.


그 시기에 나는 음식에도 중독되어 있었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어냈다.
먹고 싶은 건 반드시 먹어야 했고,
항상 과식했다. 배는 늘 불편했고,

위장은 자주 고장이 났었다.


지금도 스트레스가 올라오거나 마음이 허해질 때
무언가를 입에 넣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패턴을 알아차리고,
종이에 내 마음을 적거나 자연에서 나를 돌보고 있다.


아직도 남아 있는 패턴 중에 현실 회피도 있다.

결정해야 할 일이 있거나 해야 할 일이 귀찮을 때,
나는 드라마나 영화를 정주행 한다.


끝까지 미룰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미뤘다가
마지막 순간 데드라인의 압박과
아드레날린의 힘으로 처리한다.


그리고 외로움이 올라오면
휴대폰을 붙잡고 둠스크롤링을 한다.
새벽까지 미디어에 노출된 채로.

이것 역시 나의 또 다른 중독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변화는 있다. 어제의 나와 비교해서 성장한 지점 말이다.

술과 음식으로 즉각적으로 빈 마음의 구멍을 채우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나는 글쓰기와 운동을 더 자주 선택한다.


아직도 중독 패턴이나 회피 패턴이 올라올 때가 있지만

이제는 그것이 내가 나를 부르는 호출신호임을 알아차리고

아픔을 덮지 않고 드러내고 표현해서 직면하는 쪽으로 나아간다.

내가 나를 돌볼 줄 알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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