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밤, 음악이 나를 '지금, 여기'로 데려오다.

부산콘서트홀이 준 선물

by 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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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부산을 참 좋아한다. 타 지역 사람들은 종종 부산사람의 '부산 부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부심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많이 이들이 부산을 떠나도 나는 떠나기 싫은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바다와 산, 젊음과 오래됨이 함께하는 도시에

세계최고의 음향시설을 갖춘 부산콘서트홀이 생겼다.


나의 첫 번째 콘서트홀 방문이 조수미라니!!

등장하는 순간 울어버렸다. 감동에 이유를 붙이면 시시해진다.

그녀는

하나의 몸에서 여러 소리가 났다.

몸이 곧다.

진지하지만 즐겁다.

몰입하면서 즐긴다.

그녀의 긍정이 객석 가득 채워 2층 마지막 줄에 앉아 있던 나에게까지 닿았다.

다 잘된단다. 그런 부산이란다. 나는 부산사람이니 다 잘된다. 논리적으로 맞다!


그런데 음악을 듣다가도 나는 이따금 다른 생각으로 흘러버렸다.

생각이 많은 나는 생각을 멈출 수 없어 머리를 감싸고 낮은 탄성을 지르는 일이 많다.

밥을 먹으며 일 생각을 하고, 산길을 걸으며 서운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샤워를 하며 앞날을 걱정하고, 방을 닦으며 미안했던 일들을 후회한다.

마음이 평온하려면 지금 여기 온전히 머물러야 한다고 하는데, 좀처럼 머무르지 않고 자꾸 앞으로 혹은 뒤로 도망간다.

콘서트홀에서도 음악을 붙잡기보다 도망치는 나를 붙잡느라 애를 먹었다.


26년에는 할 땐, 그걸 하자.

마음이 자꾸 달아나도, 다시 지금으로 돌아오자.

내가 누구인지 지나치게 정의하지 말고, 갈무리되지 않는 마음도 조금은 두, 느리지만 멈추지 않는 나를 토닥이며 그리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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