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이불속은 더 위험해
자려고 누우면
꼭
생각이 나 버린다.
나의 찬란한 흑역사.
요럴 때 내뱉는 전용 멘트도 있다.
"아오, 그때 내가 왜 그랬지?"
고관절과 무릎 관절이 멀쩡한 것을 테스트하고 난 뒤에는 손가락으로 관자놀이가 옴폭한지 느낀다.
그다음 척추 체크하느라 기립.
두피에 머리카락이 잘 붙어 있는가 좌우로 탈탈.
신체는 건강하다.
다시 풀썩 누워 본다.
차분한 이불 아래
떠오르는 생각은 유치하기 그지없고
기분은 그지 같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고 하지만
나는 가끔
이불속이 더 위험한 것 같다.
이런 날 밤이면 하필 잠도 안 온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놀자판을 펼친다.
대뇌 운동도 활발하다.
피가 잘 돌고 있군, 오케이.
나의 기억력이 쇠퇴하길 바라며
억지로 눈을 감아 본다.
아.
머릿속에서 영화처럼 재생된다.
관객이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다.
그니까 팝콘은 저리 치우라고,
나 그거 안 볼 거라고.
아 화면 끄라고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