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과 음악

by Peach못한

세상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이어폰을 꺼낸다.

그냥 조용한 곳을 찾아 피해도 될 일이지만

굳이 나는, 더욱 큰 소리로 고막을 자극한다.


이어폰은

세상과의 가장 아름다운 차단.

혹은 하나의 목소리만 듣겠다는 묵의 독단.

동그란 작은 우주에서 폭발하는 빅뱅의 단.


음악은

엿들을 때 가장 흥미로운 남의 연애담.

상처를 예쁘게 감는 포장.

숨겨둔 타임캡슐을 아낸 현장.

속눈썹보다 한 눈물샘 자극 수단.


마음이 먹먹해짐은 가사에 진실이 닿 것,

고막이 먹먹해짐은 선율 진심이 닿은 것.

눅진한 마음에 이어폰을 빼고 눈을 뜬다.


눈앞이 시리다.

현실이 먹먹해짐은 세상과 괴리가 생긴 것.

마치 나는 오랜 해외 생활을 마치고 공항에 내린 듯

반갑지만 어색하게 주변을 둘러본다.


먹먹함이 싫지 않아

다시 음악을 찾을 것 같다.

한 번 여행을 맛본 자가 다시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리스트를 내려가듯,

음악을 맛본 나는 혼자만의 플레이 리스트를 작성한다.


그곳에는

내가 도피하고 싶은 세계관이 있고,

절절하고 매력적인 가사가 있고,

연인보다 다정한 목소리가 있고,

들을 때마다 달라지는 생각의 조합이 있다.


갈 때마다 좋아지는 장소가 있듯,

들을 때마다 좋아지는 음악이 있다.


오늘도 다시 그 세계를 향하여

나는 혼잡한 세상에서 다시 이어폰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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