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의 소통
누군가 세상을 떠나도
내 눈에 흐르는 눈물과는 별개로
세상은 흐른다,
아무 일 없는 듯이.
그게 참 야속했던 때도 있었다.
서울을 걸으며
역사 속을 산책하고
자연스레 죽음을 생각해 보았다.
봉긋한 무덤,
추모의 문구는 덤덤.
정갈한 묘비 앞
다소 뽀짝한 소품, 그리고 꽃다발.
그 묘한 언밸런스함에 가끔 눈물샘이 시려 온다.
무덤은
산 사람만 속절없이 나이를 먹어 가고
이름 석 자 볼 수록 마음이 메이고
차마 두고 떠날 수 없어 발목이 매이는 곳이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이 몽글한 이유는
느껴져서인 것 같다,
아직도 그들이 세상에 연결되어 있음이.
죽음은
세상과의 단절
그게 아닌
내 삶의 다른 반절,
영원한 리즈로 기억되기 위한
역행하는 시간과의 맞절.
내가 떠난다 해도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끝난다 해도 끝나지지 않는다.
세상과의 고리도 끊어지지 않는다.
고독히 살다 가도
실은 혼자가 아니다.
무심결에 지나치는 당신과 나도
실낱같은 연결고리가 있다.
그러기에 오늘은 소중하다.
의미 없는 하루는 없다.
그 누군가 나를 떠올리며 놓아주는
나의 무덤 앞 작은 꽃 한 송이는
위로 떠나기 전의 작은 위로일 것이다.
내가 의미가 되어 주고 당신은 나의 위로가 되어 준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어도 연결될 수 있다.
내가 오늘 타인의 무덤 앞에 작은 꽃을 두었듯.
그러니 모든 게 끝난 듯 미리 무덤에 들어가지 말자.
작은 일기를 쓰며 소박히 걷자.
한 발자국만 더 앞으로,
주변을 살피며 내일로 향하자.
언젠가 손에 닿을 누군가와의 만남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