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초안을 보여준다는 것

by Peach못한

늘 정제된 생각을 풀어내야만 하던 일상에서

생각의 초안을 풀어야 하는 일상으로.

숨 막히게 두렵고 어색하고 부끄럽다


채색되지 않은 밑선을 드러내는 화가처럼,

정리되지 않은 말과 감정을 두서없이 푼다


정교하게 단어를 다듬는 데 쓰는 정과 망치는

좌표가 틀어지는 순간 당신을 다치게 한다

방어에서 튀어나오는 당신의 방패는

나의 심장을 뚫리게도 한다


하지만 피가 멈추고 딱지가 앉으면,

그 자리에 굳은살이 생기면,

상처는 오히려 단단해질 것이다


준비물은

단단한 갑옷 말고 질긴 반창고.

갑옷보다 단단한 믿음.

반창고보다 질긴 끈기.

그리고

이쯤 되면 포기할 법 한데

이상하게 포기하지 않는 데에서 선사하는 당혹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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