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섀도를 직면하고 싶다
페르소나 4 더 골든
PS VITA를 가지고 있던 시절, 재미있게 했던 게임이 하나 있었다.
바로 페르소나 4 더 골든.
지금 보니 2012년에 출시한 게임으로서, 벌써 13년이나 지났다.
이 게임 하나 때문에 VITA를 팔지도 못했더랬지.
페르소나 4는 여전히 가슴 한켠을 묘하게 저릿하게 만드는 게임이다.
개인적으로 페르소나 3,4,5를 해 보았으나, 나는 4 더 골든이 최애였다.
난이도가 무난해서이기도 하고 3보다 살짝 친절해져서이기도 하겠지만,
다소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섀도가 왠지 삶을 관통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랄까.
섀도
게임에 등장하는 섀도는 단순한 악몽이 아니다.
그것은 캐릭터가 가장 감추고 싶어 하는 자아 그 자체이다.
타인에 대한 열등감, 타인이 비참할수록 만족감을 느끼는 성향, 인정 욕구, 수치스러움을 드러내어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관음, 나르시시즘, 완벽함 속에 자신을 감춰야 하는 강박 성향 등.
캐릭터들은 섀도를 격하게 부정하려 한다.
하지만 섀도는 부정할수록 더욱 커지고 왜곡된다.
결국 캐릭터들은 그 섀도가 자신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각성을 한다.
그래야만 페르소나를 가질 수 있기 때문.
나는 페르소나의 전투 그 자체보다는 이 스토리의 흐름에 관심을 가지고 플레이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TV 속 폐쇄된 공간은 무의식, 안개는 부정하고픈 욕구, 섀도는 억압된 본모습.
자신의 섀도 앞에서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굉장히 불편하게 마음을 후벼 파고, 그래서 더더욱 곱씹게 된다.
시로가네 나오토
약간의 tmi이지만, 이 게임에서 내가 살짝 동일시했던 캐릭터는 시로가네 나오토.
이 친구는 게임상의 섀도가 성전환이긴 했으나, 난 그것을 꿈꾸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_-);
나오토는 게임상에서 여성성을 숨기고 활동한다.
그 이유는 여성이라 인정받기 힘들 것이라는 절망 때문이다.
여자라서 탐정으로 인정받기 힘들어 보였고, 능력을 증명하기엔 나이가 너무 어렸고,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은 오로지 자신의 유능함이 발현되는 순간.
나오토의 성전환 욕구는 단순한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오롯이 살아남기 위한 갑옷이었다.
나에게도 어른스러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이 존재하였기에, 나오토의 섀도가 다소 결이 달랐음에도 묘하게 어린 시절 감각이 소환되곤 했다.
섀도를 직면하고 싶다
페르소나는 어둠을 다루고 있지만 묘한 따뜻함이 있다.
트라우마, 열등감, 자기혐오, 사회적 가면 등 굉장히 어두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왁자지껄 몰려다니는 캐릭터들을 보면 참 귀엽다.
용기를 키우기 위해 마파덮밥만 계속 먹이는데, 매워하면서도 잘 먹는다.
그리고.
각자의 어둠(섀도)을 보고 난 후에도 관계가 오히려 돈독해진다.
난 과거에 나의 약점을 드러내면 관계가 끝난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것이 유독 충격적이었다.
그간 살아오면서 내가 쓰고 있던 가면이 이제는 맞지 않음을 느낀다.
그리고 애써 눈감아 왔던 현실에도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요즘의 나는 섀도를 직면하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 지금의 나 그대로여도 괜찮다고 다독여 주고 싶다.
섀도를 외면하면 안갯속에서 길을 잃지만, 마주 본다면 방향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난 언젠가 이 게임을 다시 켜 보고 싶다.
아마 10년 전보다 지금이 좀 더 또렷하게, 더욱 깊게 와닿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