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오이양,
처음으로 이렇게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써 봅니다.
사실 저는 예전부터 당신을 동경해 왔었기에, 당신과 함께 하는 매 순간이 영광이었습니다.
당신은 만인의 연인입니다,
그 상큼함에 매료되는 이들이 솔직히 한둘이 아니지요.
당신과 함께 취미를 공유하고 싶은(예: 등산) 이들이 줄을 서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당신을 더욱 잘 알고 싶어 욕심을 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런 제 마음을 정리하려 합니다.
오이 양께서 저와의 만남을 위해 화려한 옷을 입을수록,
새콤한 향수를 뿌릴수록
턱없이 부족한 제 자신의 한계에 초라함을 느꼈습니다.
그런 저를 보며 당신은 하루하루 말라가고 있었지요.
이제는, 마음이 아파서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저로 인해 겪은 힘든 상처는 그냥 재수 없는 자식 하나 만났다 치고,
굵은소금 박박 문질러 정화하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인생을 아름답게 살아가십시오.
제가 이렇게 마음을 전하는 이유는 상처를 주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제는 크리스마스 컬러라고 놀리는 이 없을 테니
오이양의 매력을 한껏 드러낼 수 있는 빨간 모자, 마음껏 쓰세요.
세상에는 오이양을 사랑하는 이가 많습니다.
당신이 며칠간 씻지 않고 소금물에 잠겨 짠내가 난다 해도
그 자체를 사랑해 줄 가슴 넓은 이는 많습니다.
많이 부족한 제가, 미련 때문에 당신을 너무 붙들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행복을 위하여 - 이렇게 NaCl 흘려 가며 편지를 적습니다.
우리 서로 마음 한 켠에 좋은 추억으로 기억합시다.
그리고 당신의 상처가 희석된다면, 나중에 밥이나 한 끼 합시다.
당신의 행복과 앞으로의 사랑을 응원하겠습니다.
- 당신을 사랑했던 OR6A2로부터.
* OR6A2 : 고수 및 오이의 향을 비누 향처럼 느끼는 유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