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때마다 고민만 하는 곰돌이.
발바닥 조물조물.
기분 탓인가.
처음 이 곰을 보았을 때는 버거울 만큼 컸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렇지가 않다.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는 그 존재감에 압도되곤 한다. 내 마음속에 그 사람 한 명만 절댓값인 기분, 공포스럽게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의외로 자그마한 그의 손에 놀라기도 하고, 얼굴의 조그만 점을 발견해 내기도 하는 등 친숙함이 뿜뿜 쏟아져 나온다.
아마 나는 이 곰인형에 친숙함을 느끼나 보다.
나중에는 이 아이에게서 처음처럼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지. 솔직히 갖고 싶을 만큼 치명적인 시기는 이미 지나간 것 같다.
이날 곰 대신 작은 조화를 사 왔다.
집의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기 때문.
그리고 집에 와서 깨달은 것인데, 나는 반년 전 다녀온 남대문시장에서도 리스용 조화를 사 왔었다.
아.
과거의 내가 질러놓은 과소비의 흔적.
매듭지으리라.
아침을 든든히 차려 먹고.
감히 겁도 없이 러그 위에서 비닐을 풀어 조화를 펼쳐 본다.
집에 있던 홍차 틴케이스를 활용한 조화 화분 탄생.
흐린 눈 하고 있자니 나름 볼 만하다.
와중에 진짜처럼 보이고픈 마음에 마사토로 덮어 주기.
2025년 마지막 날은 카페에서 다이어리를 쓰며 보냈다.
2026년 새해 첫날은 내 몸뚱이가 집 밖으로 1cm도 나가지 않았다.
한파 주의보.
길을 걷다가 줄을 길게 늘어선 학생들을 보며 "젊음이 부럽네."라고 중얼거리고서는 흠칫 놀랐다.
맞네. 나 이제 한 살 더 먹었지.
오늘따라 붉은 스타킹을 신은 여성분들이 많았는데, 알고 보니 맨다리에 미니스커트였던 것에 경외감을 느꼈다.
내복에 핫팩에 털모자까지 든든히 챙겨 나온 나와 비교되는 순간이었달까.
나의 20대는 어땠더라.
그 시절의 나도 얇은 검정 스타킹에 치마, 코트를 입은 채로 코 끝이 루돌프마냥 빨개져 있었던 것이 떠올라 버렸다.
지금 다시 그 스타일을 입을 수 있을까?
잠시 떠올리다 고개를 저었다.
요즘의 나는 영하 5도로 내려가면 주섬 주섬 내복을 꺼내기 때문이다.
보너스 스테이지 같은 2026년이 찾아왔다.
올 한 해는 어떠한 흥미로운 물음표 박스를 열게 될지.
최대한 높이 점프하여 황금 박스를 열어 보고 싶다.
돈이 나와도 좋고, 맛있는 버섯이 나와도 좋고.
뭐가 되었건 즐거울 것 같다.
이것은 보너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