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_늘어지는 것과 틀어지는 것

by Peach못한

지난번 커피를 마시며 티코스터를 만들었던 경험이 나쁘지 않았기에, 위빙을 다시 해 보았다.

이번에는 꽤나 본격적으로.

털실도 나름 예쁘게 나올 법한 것을 고르고, 모양도 잘 다잡아 가면서.


...에라E.


무심하게 툭툭 짠 것은 올곧았는데

정성을 듬뿍 가하니 비뚤어진다.

사람도 그렇고 티코스터도 그렇고

너무 오냐오냐 하면 안 되는 것인가.


무엇이든 피자치즈를 넣어 먹으면 맛있지.

라고 하지만.

수프는 예외인 것으로 해야 쓰겄다.

뜨뜻미지근한 체다치즈 수프에 죽죽 늘어나는 피자치즈 조합은 음.

아무래도 이건 좀 아니다.

먹으면서 현타가 심하게 왔던 어느 날의 아침.


훈제오리에 무순 대신 무쌈.

시큼 털털 무쌈에 시큼 털털 케이퍼.

한입씩 할 때마다 몸을 바르륵 떨었던 어느 날의 점심 메뉴.



틀어진 티코스터의 활용.

비뚤어지는 녀석이라 하더라도

본성을 눌러 교화시키면 그럭저럭 1인분은 한다.

다들 그렇게 사는 거 아니겠는가, 성질 죽여 가며.


틀어진 티코스터와, 눌려서 성질 죽은 티코스터는 똑같은 것이다.

침대에 치즈처럼 늘어져 있는 나와, 바깥에서 각 잡고 돌아다니는 나도 똑같은 사람이다.

갓 내린, 김이 폴폴 나는 뜨거운 커피와 다 식어서 차가워진 커피도 어차피 똑같은 것이다.

존재한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


근데 커피에 피자치즈를 넣는다면?

그건 용서 못할 것 같다.

그러면, 침대에서 피자치즈처럼 늘어진 나는,

용서해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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